‘하프라이프: 알릭스’의 거의 압도적인 평판의 비결은… 사실… 그다지 대단한 비밀이 아니다. 물론 이 게임은 현재까지 다른 VR 게임에 비해 훨씬 거대한 예산을 확보하긴 했지만, 돈만으로 위대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게임기획자 로빈 워커와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다른 VR 게임 개발환경에서 보지 못한 흥미로운 차이점을 밸브의 게임 기획 프로세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워커의 말을 빌리자면,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한 번에 방 하나씩’의 접근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프라이프는 다른 게임을 만드는 방식과 다르게 진행됐습니다. 다른 게임들은 일종의 서비스 멀티플레이어 게임들이죠(생략). 하프라이프를 제작할 때 우리는 오직 한 번에 방 하나씩만 만듭니다… 개념적인… 의미의 ‘방’을 하나씩 만든다는 의미죠. 그리고 각 방에 대해서 그룹으로서 골똘히 생각해 봅니다. ‘이제까지의 어떤 방에서도 일어나지 않은, 그리고 다음 방에 대한 방향성에도 어울리는 무슨 사건을 여기에 넣어야 할까?’ 그리고 그 과정을 해결하고 만족한다면, 그걸 플레이 테스터들에게 보여주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본 다음, 그 과정을 다시 반복하고, 그리고 다음 방을 만드는 거죠.. 게임 전체를 완성할 때까지 그 일을 계속하는 겁니다.
어쩌면 편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절차죠… 매우… 즐거운 절차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만든 것을 사람들이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이죠. 특히 VR 일을 할 때는 기존 게임들에 비해 훨씬 더 이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그리하듯이 고차원적 개념의 게임 플레이 콘셉트부터 시작하는 탑-다운 방식으로 게임의 구조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밸브는 게임의 각 방의 게임 플레이에 집중했다. 이는 마치 각각 흥미롭고 재미있도록 기획된 미니게임들을 연달아 만든 것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밸브 스튜디오는 주기적으로 게임의 개별 조각들을 플레이 테스트 한 뒤에 재조합하거나 재배치하고, 심지어는 필요에 따라 삭제할 수도 있었다.
또한, 플레이 테스터들이 각 방을 주기적으로 테스트하게 한 결과, 개발자들은 많은 플레이 테스터들이 유사하게 반응한 경우에 대해 향후 다른 테스터들도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할 수 있었다. 워커에 의하면, 플레이테스터들을 관찰한 덕분에 밸브는 각 방의 어느 부분에 개발적 집중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방을 만들고 플레이 테스트하는 절차를 통해)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보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거죠. 개발자로서 (개념적인) ‘예산’이 있다고 친다면, 이 ‘예산’을 어디에 투자하는지가 중요하고, 이를 적절한 부분에 사용해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가 되겠죠.
VR의 장점은 모두가 플레이 테스트에서 유사하게 반응한다는 점입니다.
하프라이프2의 경우에는 방을 만들 경우 -예를 들어서 방 한쪽에 통풍구가 있고 저쪽에는 벤치 위에 물건이 있거나 할 경우- 플레이어들의 75-80% 정도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 방에 뛰어들어가고, 5-10% 정도가 한 물체를 살펴보고, 나머지 5% 정도가 다른 물체를 살펴보더라고요.. 플레이어들의 5%만이 어느 물체를 살펴본다면, 거기에다가 ‘플레이어가 이걸 살펴볼 경우를 위해 독특한 콘텐츠나 경험을 심어 두도록 하자’는 주장을 하기가 어려워지죠.
하지만 VR(알릭스)의 경우에는 초기부터 ‘오오, 모든 플레이어들이 통풍구를 살펴보고, 책상 밑도 들여다보네?’라는 결과가 나오다 보니, ‘좋아, 그러면 여기에 예산을 잔뜩 투입해도 되겠다’는 결정이 가능하죠.”
특히 이 게임의 상황에 맞춰 나오는 음성 대사의 상당 부분도 여러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보인 행동(및 발언)을 참조한 뒤에 나중에 추가한 것들이라고 한다. 이러한 공통적인 행태를 관찰한 결과, 개발자들은 한정적인 예산을 어디에 할애할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워커에 의하면 테스트, 재적용, 테스트의 이러한 절차 전반은 피드백 순환고리로 이어졌다. 밸브가 환경 아트에 극도로 세심한 신경을 기울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당한 양의 아트를 때려 넣은 부분들이 이 게임에 존재합니다. 검역구역에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지역은 사실상 게임의 튜토리얼 부분이었기에, 우리가 특히 신경 써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 아트를 넣지 않은 채로 테스트를 해보았고, 그다음에 아트를 배치한 다음에 테스트해 보았더니, 플레이어들이 (아트가 더 많아서) 이곳을 더 탐험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아트를 배치했고… 사실 이게 무한히 반복될 것 같아서 좀 웃기긴 했습니다.”
밸브가 아트를 향상하자 플레이어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을 관찰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이 측면에 시간을 덜 할애했을 것이다.
플레이 테스터들을 계속해서 활용하는 것은 밸브에게 굉장히 중요한 점이었기에, 개발자들은 플레이어 데이터를 수렴하는 툴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유용한 오브젝트(탄약, 레진, 생명력 등)를 얼마나 발견하는지 등의 주요 지표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발견하는 모든 물체는 수작업으로 종류를 결정하고 배치했습니다. 정확히 어디서 찾느지 어디에서 찾는지를 수차례씩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았습니다. 모든 정보를 수치화해서 뽑아냈죠. 이를 살펴보기 위한 시스템이 아예 별도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서, 10명의 플레이 테스터들의 데이터를 모은 뒤에 ‘좋아, 이들 중 10%가 저 물체를 집었고, 아무도 이 물체는 발견하지 못했고, 3명이 저 물체를 발견했군…’하고 분석한 뒤에 그것을 세밀하게 추적할 수가 있어요.
이제껏 어느 게임에서보다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저희가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분위기가 있거든요. 언제나 탄약이 있긴 하지만, 늘 살짝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생명력이나 레진 등 대부분의 다른 아이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을 방 하나씩만 제작하는 방식은 놀라우리만치 간단하지만, 기획 과정 중 끊임없이 계속되는 플레이 테스트 때문에 언뜻 보면 투박해 보일 수 있다. 이는 절차생성적 행성, 무기 원형 타입, 역동적 일일 목표 등의 고차원적 시스템을 제작하는 것과는 정반대 방식을 택하면서도 흥미로운 게임 플레이가 발생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재미를 만들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방을 만들고, 테스트해보고, 재미있나를 보고, 재미가 없으면 고치고, 아직 재미가 없나? 그러면 재미있을 때까지 계속 테스트하고 작업하는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그 방을 버려라. 마침내 재미있는 방을 만들었나? 그러면 이제 다음 방을 만들어라.
이 방식의 결과는 명백하다.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전대미문의 VR 게임이자 최고의 하프라이프 게임이 되었다.
원문: www.roadtovr.com/valve-half-life-alyx-game-design-interview-robin-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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