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스트모템(postmortem)이란?
포스트모템의 원래 의미는 시체를 해부해서 사망 원인을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살벌한 의미 말고 일반적으로 포스트모템이란 단어는 기업에서 특정 과제 완료 후 그 프로젝트 전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잘된 점이 무엇인지,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 이 과제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은 과제 전반을 보다 잘 이해하고, 과제 중간의 의사 결정의 의미, 자기가 실행했던 것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과제 진행 단계에서 행해졌던 무수한 의사 결정들이 과연 타당했는지 무리가 없었는지를 그 복기과정에서 다시 점검해 볼 기회를 가지면서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 이러한 포스트모템 기록은 다른 과제를 진행할 시, 또는 다른 팀이 비슷한 과제를 진행할 시 귀중한 참고 자료가 되어 회사가 전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2. 포스트모템을 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포스트모템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2.1. 의사 결정 단계마다 정확한 기록이 필요하다.
어떤 과제를 진행한다는 것은 각 진행 단계 단계마다 의사 결정이 모여 최종 과제가 성사된다고도 정리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포스트모템이란 과제 진행 단계 단계마다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포스트모템이 원활이 진행되려면 단계마다 진행했던 무수한 의사 결정에 대한 명확한 기록들이 남아 있어야, 이를 기반으로 해야 제대로 평가가 가능하다.
흔히 과제에 매몰되어 정신없이 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의사결정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결국 포스트모템 단계는 희미한 기억에 의존해 진행되어 구체성이 덜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 결정 단계마다 제대로 메모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2.2.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프로세스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포스트모템의 기본적인 목표는 기 진행된 과제를 리뷰해보고 개선점을 찾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 잘못이 드러난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접근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변질된다면, 점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사 결정에 주력할 것이고, 이에 맞추어 정보를 조작하기 마련이다.
팀과 회사 차원에서 성과를 분석해 문제가 있으면 이를 고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한단계 도약하려는 계기로 삼겠다는 리더들의 접근이 중요하고. 이를 전체 팀원이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포스트모템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때문에 픽사 및 디즈니 애니메이션 부문을 맡았던 에드 캣멀도 그가 쓴 글에서 포스트모템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픽사는 어떻게 집단 창의성을 길러 냈을까? (How Pixar Fosters Collective Creativity)
“벅스라이프가 끝나고 처음 시도했던 사후 관리(postmotem)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성공한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로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사후관리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발견한 것 중 한가지는, 비록 사후관리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그것을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리더들은 당연히 이 때에 팀원들의 수고를 치하하고 싶어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무엇이 잘되었는가를 말하고 싶어하지,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영화업계에서 수년간 일하다 보면, 모두들 그냥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어한다. 결국 사람들은 문제를 직면하고 불쾌해지지 않아도 되도록 시스템을 조작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반대로 슈퍼셀 같은 회사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난 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파티를 여는 경우도 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3. 포스트모템에는 담당자 전체와 관련 부서 모두 참석해야 한다.
포스트모템을 진행 시 과제 리더들 중심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일부 부서 중심으로만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보안을 이유로 디테일한 정보를 사원급을 비롯해 전체에게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경영진 보고용으로 포스트모템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또는 프로세스에서 하라고 하니까 억지로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팀 전체 또는 회사 전체의 능력이 향상되지 않고 지적 호기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포스트모템 결과는 그야말로 보고서로 PC 한 구석에 처박혀 있게 된다.
팀원 전체가 모여서 리뷰해 볼 때, 놓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관련부서에서도 참여해서 같이 리뷰해야 전체적인 맥락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기획자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과제에서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4. 포스트모템은 시장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최단 시기에 실시해야 한다.
언제 포스트모템을 실시하면 좋을까? 솔직히 이 주제는 정확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과제 단계 단계마다 진행했던 의사 결정이 정말 맞았는지 평가는 소비자가 가장 정확하게 해 줄 수 있다. 따라서 과제가 시장에 출시되고 소비자 반응을 어느 정도 파악 가능할 때 실시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 반응 파악이 어렵거나, 반응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면 신제품 발표회 등을 통해서 간이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진행해도 좋을 것이다. 가능하면 객관적 지표와 소비자 반응에 기초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 반응에 기초한 포스트모템만이 과제 단계 단계의 의사결정이 적절했는지, 당시 무엇을 놓쳤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트모템의 효과는 과제 완료 시기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크기 때문에 너무 늦게 하는 피하는 게 좋겠다. 과제 담담자들이 그 과제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을 때 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조직은 특정 과제를 위해서 관련 부서 전문가들이 모여 팀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 과제가 끝나면 바로 다른 과제로 “헤쳐 모여!”하는 경향이 높다.
이럴 경우 이전 과제를 복기할 여유가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시기도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내에 마쳐야 한다. 빨리 하게 되면 여러가지로 부족하겠지만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2.5. 판에 박힌 포스트모템을 지양하고, 살아있는 교훈을 얻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포스트모템이 가능할까?
대규모 회사들의 경우 비슷한 과제들이 계속 이어지므로 통일화 된 포맷으로 포스트모템을 진행하는 것은 천편일률적인 결과를 얻기 십상이다.
우리가 포스트모템을 하는 이유는 그 과제를 진행하면서 얻은 교훈을 소개하고, 이를 프로세스에 반영해 다른 동료들이 더 이상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는 포스트모템 방법을 계속 바꾸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는 시계열적 분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즉, 각 그룹에게 다시 한다고 해도 그대로 되풀이할 다섯가지 항목과 반복하지 않을 다섯가지를 말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균형을 이루어 안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또 하나는 포스트모템 리뷰에는 많은 데이터를 대입해봐야 한다. 우리가 창의적인 조직이라고 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측정하거나 분석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대부분 정량화 할 수 있는 작업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일이 발생하는 빈도, 어떤 일을 다시 작업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작업이 다른 부서로 넘어갈 때 그 일이 완전히 끝난 상태였는지 등등. 데이터는 일어난 일들을 중립적인 시각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토론을 활성화시키기도 하고 개인적인 감상에서 비롯되는 가정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있다.
2.6. 외부 공개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를 비롯한 공적 영역을 물론 사적 영역에서 데이터 및 사례 공개는 매우 박하다. 보안을 매우 강조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어떤 과제를 통해서 이러 저러한 교훈을 얻었다는 포스트모템 자료는 절대로 부서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담당자 PC에 저장되어 있다가 퇴사하면 사라진다.
물론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정말 보안 관련 내용이 많을 수 있다. 그럴 경우라도 부분 공개나 핵심만 정리해서 내부 공유한다면 수많은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상당히 줄여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상품 기획자라면, 개발 PM이라면 과거 선배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굉장히 좋은 도상 훈련 자료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관련 산업 전체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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